플로트 유리

초창기 판유리의 제조 공정은 원료 배합 → 용융 → 성형 → 서랭* → 연마 → 광택의 과정을 거쳤다. 이 제조 방법은 각 공정이 서로 분리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숙련공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생산 비용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880년경 탱크가마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판유리 제조 공정에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판유리 제조에서 최초의 기술 혁신으로 손꼽히는 이 기술은 한 쪽에서 판유리의 원료를 주입하면 다른 쪽으로 액체 유리가 나와 주형으로 가도록 탱크가마를 설계함으로써, 원료 배합과 용융을 하나의 공정으로 묶어 버렸다. 그 결과 생산성은 두 배로 향상되었고, 숙련공 의존도도 그만큼 감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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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경에 또 한 번의 도약이 있었는데, 영국의 필킹턴(Pilkington)사가 개발한 플로트 공정이 그것이다. 플로트 유리의 창시자인 알라스테어 필킹톤(Alastair Philkington)경은 1952년 어느 날, 저녁식사 후 부엌에서 식기를 닦는 부인을 도와주다가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전해지며, 이를 계기로 연구를 시작,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노력한 끝에 그 착상을 실현 시켰다고 한다. 그는 플로트법의 개발에 의한 공적을 인정 받아「영국 학사원」의 특별지위를 비롯, 숱한 훈장을 받았으며, 1970년에는 작위를 받았다.

필킹턴사 로고(출처 : wikipedia.org)

 

이 공정에서는 탱크가마에서 나온 녹은 유리가 곧바로 액상의 주석 위를 지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주석 위를 통과하는 녹은 유리(플로트 리본)는 판유리 모양으로 성형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서랭 터널 속에서 롤러에 의하여 운반되어 절단되기 전의 상태로 배출된다. 이 덕분에 유리는 연마나 광택 과정이 필요졌고 원료 배합 및 용융, 성형, 서랭의 세 단계가 연속적인 하나의 공정이 되었다. 그 결과 생산성이 현저히 증가하면서, 생산 라인의 길이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고, 노동 비용의 80%, 에너지 비용의 50%를 절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전에 미국의 물리학자 히치코크(Hitchcock) 와 힐(Heal)에 의하여 용융유리와 용융금속과의 접촉면에 아름다운 거울면이 형성된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어 특허가 등록되었었으나, 필킹턴사에서 상업적으로 본 기술을 적용하였다.

플로트 유리는 용융뒨 주석탱크에 도입하는 용융유리가 스스로의 무게로 평평하게 유지될 정도의 속력으로 부어주는 것이 주요 제작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1500 ℃까지 유리용융조의 온도를 올리고 용융유리의 온도를 균일하게 하면서 일정한 양을 연속적으로 주석탱크로 도입하게 된다. 용융주석은 비중자체가 유리가 크게 달라 유리와 섞이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주석산화물(이산화주석, SnO₂)가 되고 쉽고, 이러한 주석산화물들은 유리에 이물질로 달라붙기 쉽기 때문에, 플로트 리본이 지나가는 공정은 질소 혹은 질소/수소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 즉 양압을 유지하게 된다.

플로트 유리 제작 공정(출처 : www.pfg.co.za)

 

실제 플로트 유리의 제작 공정 개발과정에서, 주석저장조의 환원분위기를 형성시키기 위한 질소가스(N₂) 및 수소 가스(H₂)의 도입, 흑연에 의한 주석탱크의 벽보호, 유출구 설치하는 제어용 벽돌 개발, 특히 판유리 밑면에 융착하는 주석의 조절 및 제거를 위한 언더 클리너(Under Cleaner)를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의 해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그 사이에 판유리가 10만톤이나 쌓였다고 하고 연구개발비가 4백만파운드에 달해 성공 되기 직전, 도산의 가능성도 있었다고 한다. 개발 이후에도, 필킹턴사는 플로트 공정의 즉각적인 활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엄청난 투자 때문에 무려 12년 동안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플로트 법에 의해 제조된 판유리는 기존의 유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표면을 가 가지고 있었다. 개발 당초의 기술로 유리는 약 6mm 두께 밖에는 생산할 수 없었으나 플로트 유리의 기술은 그 후 진보를 거듭, 현재에 이르러서는 최저 2mm, 최고 20mm 이상도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1960년대 초반 박판유리와 후판유리의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원판두께를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과 폭과 두께를 신속하게 바꿀 수 있는 공정이 급속도로 발전하였습니다. 플로트 공정은 1960년대 초 공업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해외의 제조업자들에게 특허가 양도되었다. 플로트 유리 공장은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즉, 판유리 공업계는 플로트 공법의 출현으로 제2의 대혁명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